어느새 2020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가 되어 버렸다. 올해에도 역시 크리스마스에 할 것도 없으니까 2020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회사

최근 회사에서 술마시다가 경력 2년차 프로그래머 이영찬씨라는 말을 듣고 좀 충격이 컸다. 생각해보니 회사에서 일을 한지도 이제 2년하고도 2개월째였다. 사실 아직도 신입스러움을 느끼고 또 2년차라는 말에서 오는 느낌은 내가 평소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너무 달라서 큰 위화감이 느껴지더라.

working

회사에서의 내 이미지는 어떨까. 이사람 일은 하고 있는걸까 싶은 이미지 아닐까

회사에서 한 일은 정확히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팀 이적도 있었고 큰 프로젝트는 끝났고 배운건 정말 많고 자랑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아직 명시적으로 말할 수 있는게 없는 것 같아서 일단은 계속 미뤄두는걸로. 대충 이런걸 했다고만 하자

프로젝트

contribute

올해의 메인 키워드는 selfhosted라고 볼 수 있다. 작년 서버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이어져 대부분의 서버를 풀스택으로 직접, 바퀴를 재발명하는 일이 제일 재밌었다.

개인 용도에 맞는 자그마한 서버를 반복해서 꽤 많이 만들었다. 홈 대시보드, 로그 뷰어, 시스템 모니터 등 여러 프라이빗 플젝이 있고 그중 aka라는 url shortner 프로젝트는 퍼블릭으로 공개해뒀다. rss aggregator와 비슷하지만 좀 더 확장성이 있는 feed aggregator도 만들고 있었지만 만드는 중간에 흐름이 끊겨서 개발은 멈춰있다. 외에도 공개하기 힘든 프라이빗 리포가 정말 많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typescript에 express, react등으로 만들었다. 작년 C#으로 HttpListener 로우레벨 api로 웹서비스 만들던거에 비하면 꽤 많이 문명화됐다.

그리고 정말 자랑하고싶은 메일서버와 클라이언트까지, 메일 서비스를 수동으로 띄운 경험은 정말 재밌었다. 지금도 내 서버에서 돌아가는 메일 서비스를 사용한다.

이러한 다양한 서비스들은 aws lightsail 인스턴스에서 대부분 도커로 돌렸다. 그리고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grafana, prometheus, cadviser, node_exporter 등을 사용했고 개인 로그 뷰어 서비스도 사용했었다. (지금와서는 sentry나 elasticsearch같은걸 왜 안썼나 생각이 들지만..)

grafana

서버 인스턴스에 문제가 많이 생기고 서비스들도 꽤 말썽이어서 다양한 삽질을 해본게 꽤 큰 경험이 됐던 것 같다.

절대 빠뜨릴 수 없고 너무 마음에 드는, star 84개의 github-now 크롬 확장프로그램도 만들었었다. Github에 프로필 readme가 생기면서, 내가 지금 듣고 있는 노래를 github 프로필에 실시간으로 디스플레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후다닥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보여준 프로젝트가 비슷한 노래듣는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용해주면서 오랜만에 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작은 프로젝트도 여러개 했었다. 블로그에 글도 올렸던 아희썬과 실험적 플젝 .net core runtime method hijacking hijacs, 참신한 시도로는 WFC 알고리즘을 적당히 응용한 영단어 생성 프로그램 calimolite이 있다.

그리고 재미로 만들어봤는데 사람들이 좋아해준 밈 프로젝트가 있다. 키보드를 타이핑할때마다 샌즈 소리가 나는 윈도우 프로그램 SansTyping이 예상외로 꽤 인기가 있었다. 최근에는 실시간 욕 필터링 프로그램도 만들어봤다.

서피스북2에 아치리눅스를 다시 깔아보고 세팅하는 삽질로그를 자세하게 정리한 것도 있다. 1 2 3 4

운동

계속 아팠던 허리에 제대로 문제가 생겨서 몇십분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장시간 서있거나 앉아있는게 너무 힘들정도로 심각한 허리 디스크를 겪었다. 사람들이 코어 근육을 기르면 괜찮아진다는 소리를 들어 재택근무도 하는 김에 홈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깃헙 이슈로도 만들어 목표를 관리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1차적으로는 허리디스크 완화였고 그다음으로 사람처럼 움직일수는 있는 기초체력을 가지는게 목표였다. 어찌어찌해서 아직까지 규칙적으로 해왔는데 사람이 정말 죽을만큼 아프면 없던 근성도 생기나 싶다. 마침 오늘이 딱 운동 시작한지 4개월째 되는거 같은데 지금은 이전과 같은 허리 통증은 전혀 없고 체형도 조금씩은 바뀌는 거 같아서 올해 내가 해낸 일 중 가장 큰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열심히 하는걸로

취미

키보드에도 돈을 꽤 썼다. 키보드도 조금만 빠져드니까 정말 깊은 취미더라. 키보드 빌드 로그

다양한 큐브를 수집하고 풀어보기도 했다. 지금은 사진보다 세배는 많은 큐브가 서랍장과 책상 위에 있는 것 같은데.. cubes

또 다양한 게임 굿즈도 사고 최근에는 마음에 드는 타투도 받았다. 어떻게든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어주는 기분 좋은 일들을 찾아보려고 노력했었지만 크게 이렇다 할 게 없었던 것 같다.

정신

사실 올해 회고를 쓰려고 하는데 정말 올해 뭐했지? 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네번째 회고지만, 매년 회고를 쓸 때 마다 자랑할거리를 잔뜩 생각해두고 올해는 참 보람찼다.. 를 자랑하고 자기만족을 느낄 수 있었지만 올해는 그게 아니다.

계속 무기력증을 겪었고 혼자 힘으로 무언가를 해내는게 정말 쉽지가 않았다. 무기력함을 자각할 때 마다 괴로웠지만 최근 그런말을 들은적이 있다. 영찬님은 혼자 성장하는 사람이니까 앞으로 뭘 해도 잘할거라고. 정말 큰 위로가 됐다. 내가 무얼 하고 못하든 부담감을 갖지 말고 불안해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올해는

눈에 띄게 해낸 건 없지만 앞으로 내가 할 일의 준비를 했다고 본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쳐냈다고 할 수 있을듯. 솔직히 만족스러운 1년이냐고 하면 아니지만 그렇다고 후회가 되지는 않는다.

2021년은..

2020년은 20찬의 해라고 생각했었지만 집에 박혀서 밍기적대는게 올해의 다였다면 2021년은 적어도 눈에 띄는 움직임은 보여주고 싶다. 여전히 회사에서 짤리지 않는것도 중요한 목표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