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24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작년은 회고를 쓰지 않았지만 다시 전통을 이어갈 때가 되었다.
2023
작년, 그러니까 2023년 9월에 퇴사 이후 반년 넘게 휴식을 취했다. 번아웃, 회의감 등 다양한 피곤함에 마음을 놓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유롭게 쉬고 싶었다. 쉬면서 다양한 게임, 그리고 그동안 밀렸던 만들고 싶은 프로젝트들을 전부 진행하면서 2023년의 마지막과 올해의 초반을 후회하지 않게끔 보냈다.
그리고 5월부터 11월까지 회사에서 일을 하다 인생이 서서히 말려갔다.
게임
무거운 이야기를 하기 전 가볍게 했던 게임을 이야기해보자.
퇴사 후 쉬면서 많은 게임을 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을 고르자면
- 미제 사건은 끝내야 하니까
- Subnautica
- Please, Don't Touch Anything
- Soda Dungeon 2
- Sun Haven
- Unmetal
- You and Me and Her: A Love Story
- 곰아저씨 레스토랑
- 프리콜라주 -IDOLIZED-
- Balatro
- Buckshot Roulette
- The Case of the Golden Idol
- CLeM
- Content Warning
- INSTRUCTION
- Spiritfall
- TOBOR
- Wildfrost
- Bingle Bingle
- Ghost of Tsushima
- Thank Godness You're Here!
- Hookah Haze
- 7 Days to End with You
- Loddlenaut
- FAKEBOOK
- Factorio - Space Age
- 출시 직후 한 달에 거쳐 엔딩까지 달렸다. 정말 정말 재밌었다.
- 글레바는 쓰레기 행성이다.
- DUSK
- Coffee Caravan
- Ballionaire
- MARVEL RIVALS
- MiSide
- Venba
노래
올해 가장 좋아하고 많이 들었던 노래들이다. 올해는 952시간 이상을 음악을 들었다고 한다.
- half•alive - Automatic
- 원래도 좋아했던 half alive의 신곡이 너무너무너무 내 취향의 락으로 나와서 한 달간 반복재생해서 들었다
- 뮤비의 안무도 좋아서 계속해서 봤다
- 실리카겔 - NO PAIN
- Des Rocs - Hanging by a Thread
- 올해 가장 많이 들은 아티스트 Des Rocs 중 가장 많이 들었다. 이 아티스트는 전곡 반복재생을 해도 지치지가 않더라
- Des Rocs - Suicide Romantics
- Hanging by a Thread가 가장 많이 들었다면 Suicide Romantics는 가장 소중하게 아껴 들었다
- 도쿄지헨 - 군청일화
- 백예린 광팬인 친구가 보내준 백예린 커버랑 원곡을 무한반복해서 들었다
- Derek & The Dominos - Layla
- 매년 순위에 들어가는 내 맘 속 마스터피스
- Autumn Kings - HELLBOUND
- 우연히 발굴하고 헤드뱅잉하면서 며칠간 꽂혀 들었다. 묘하게 인도 향기가 난다
- 신지훈 - 추억은 한 편의 산문집 되어
- Anamanaguchi - Miku
- 터치드 - Highlight
- 김완선 - 이젠 잊기로 해요
- Glass Animals - A Tear in Space
- 도원경 - 이 비가 그치면
- E SENS - RADAR
뭘 했나?
프로젝트
쉬는 동안 그동안 만들고 싶었던 것들을 많이 만들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 1년 넘게 하고 싶었던 자동화 가계부 프로젝트 jen2
- 가상화폐 백테스팅 프레임워크 retsuko
- 이쁜 홈페이지 0ch.me
- 픽셀 아트 플랫폼 r/place 클론 place
- sl 토너먼트 플랫폼 legeno.gg
최근 몇 년간 개발 의욕이 많이 줄었었다. 어느 정도의 것들은 도전 욕구가 안드는 정도의 기술 레벨이었고, 혹은 재밌어 보이는 기술이지만 지나치게 오버 엔지니어링되어 나에게 필요 없는 정도라 의욕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만드는게 아니면 딱히 무언가를 만들 일이 없었고.. 반대로 말하면 필요한 것들을 만드는 것 만큼은 작동하기까지는 의욕있이 재밌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svelte, astro 등 여러 것들을 시도해봤지만 크게 만족하지 못해 다시 nextjs로 회귀하여 나만의 에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취업
올해, 2024년 5월부터 11월까지 띵스플로우라는 회사에 입사하여 일을 했다. 게임 회사를 벗어나 IT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었고, 안정적이었다. 스프린트에 맞춰 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 남는 에너지로 공부나 개발, 집안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처음 느껴보는 워라벨이라는 것이었다. 동료분들에게도 인정받으며 칭찬과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은 것은 최근 크게 떨어진 내 자존감을 다시 회복시켜주었고, 일의 만족도 또한 꽤 높았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10월에 전 사원 해고 통보 소식과 함께 복잡한 사정으로 회사가 망했고, 난 수습기간이 끝나자 마자 다시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다시 구직
반 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어렵고 힘들었다. 시장이 너무 좋지 않아 채용 공고는 작년에 비해 1/5 정도로 줄었고, 그 중 내가 원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래도 긴 휴식을 취하고 회사에서도 크게 힘들지 않게 일을 해왔어서 바로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 있었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전 회사에서 마침 일손을 필요로 해 외주로 일을 할 수 있었고, 상주 풀타임으로 일을 하며 면접을 보러 다녔다.
당장 월세를 내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정말 행운이었지만 구인 시장은 너무 암울했다. 대부분이 서류에서 탈락했고 그나마 임원 면접까지 갔던 곳도 최종 탈락했다. 최근 구직난이 소문 이상으로 몸에 와닫아졌다.
구직의 결과는 좋지 못했다. 5년간 다녔던 전 회사에서 나는 객관적으로 일하기 좋은 팀원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대부분의 시간동안은 그걸 깨닫지 못했고, 온실을 나오고 나니 더 명확하게 느껴지곤 했다.
그런 나였음에도 인복이 너무 좋은지, 내가 잠깐 계약직으로 일을 할 때 조금은 바뀌었다고 생각되는지 몰라도 다시 나를 정직원으로 채용해준다고 받아주었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적어도 이전의 내 모습을 내가 알고,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도 알고 있기에 지난 5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뭘 배웠나?
다양한 면접을 다니면서 느낀 것이 몇 가지 있었다. 특히 탈락한 면접에서 크게 느낀 것은
- 나는 아직 시니어로서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 내가 생각하는 시니어의 기준과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니어의 기준이 다르다.
굉장히 나이브하게 살고 있었다. 내가 잘 모르는 도메인의 일이라도 나는 시키면 일단 끝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그것만으로 나는 내가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시니어가 되기 위한 준비 정도는 됐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바깥에서는 시니어 개발자는 대규모 트래픽 처리를 할 수 있는가, 인프라 아키텍쳐를 설계할 수 있는가 로 구분짓는게 대부분이었다. 사실 그걸 어느정도 알고 있음에도 면접 전 딱히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나는 검색을 잘 하고, 검색으로 얻은 결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고 어느게 더 좋은 방법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시니어 면접은 내가 싫어하던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와 크게 다를게 없었다. 소팅 알고리즘들을 외워 이름만 들으면 구현할 수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고, 나 혼자 기준이 다르다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하지만 나는 당당하게 이 기준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할 수 없다. 적어도 이건 틀렸다 라고 말하기 위해 저 기준을 충족하고, 더 성장하기 전까지는 나는 그럴 자격이 없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적어도 없진 않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있지만, 내가 그런 면접을 붙을 수 있고, 다 해본 것도 아니니까
2025년에는?
2024년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많았고, 그 중 많은 사건들에서 배울 점이 있었다.
당장 내가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또 지금 당장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명확하다. 당장 나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나를 믿어준 사람들에게 기대를 져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여자친구와 곧 2주년을 맞고, 3주년까지 잘 지내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 재밌는 것도 많이 하고 많이 만들고 자랑도 많이 하고 싶다. 당장 만들고 싶은건 더 멋진 자산 관리 시스템과 헛소리를 더 할 수 있는 서브 블로그 정도